

"진짜 무서운 건 꿈이 없는 게 아니라 당장 오늘 쓸 생활비, 그런 게 없는 거 아닐까요?"
때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장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다. 영화 '아워 미드나잇'에 등장하는 주인공 지훈(이승훈)과 은영(박서은)이 그렇다. 단편영화 '새벽', '사랑의 무게' 등을 선보인 임정은 감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두 청춘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서울 신림동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지훈은 한강 비밀 순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마침 다리 위에서 쓰러진 은영을 구한다. 은영은 사내 연애를 하던 중 한 사건에 휘말리며 정신적 고통을 겪던 상태다.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둘은 이끌리듯 서울 밤거리를 함께 산책한다.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걷던 이들은 이내 서로의 말 상대가 돼 준다. 지훈의 대사 "처음 만난 사람의 특권"처럼 거리낄 것 없는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된다. 영화, 친구, 가족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삶, 꿈에 대한 이야기까지. 흑백 화면은 주인공의 피사체와 말소리에 집중하게 하고 서울의 야경도 돋보이게 한다.
맥주 한 캔씩을 손에 쥐고 걸어가는 두 사람에게 목적지는 없다. 그저 발길이 닫는 대로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대화하는 게 전부고 극적인 요소 또한 전무하다. 하지만 어느새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정처 없이 같이 걸으며 마음껏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낯선 친구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11월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크림'은 도라(비카 케레케스)가 자신의 케이크 가게 '크림'을 지키기 위해 가짜 가족을 만들어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헝가리 출신 노라 라코스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파리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각본상 등 5관왕에 올랐다.
옛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눈물과 우울증 약으로 나날을 보내던 도라는 애지중지하던 크림까지 파산 위기에 놓이며 궁지로 몰린다. 어떻게든 가게를 살리기 위해 참여한 사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옛 남자친구가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까지 본다. 도라는 얼떨결에 자신에게도 남편과 아이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프로그램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도라는 아직 싱글. 가짜 남편과 가짜 아이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자신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치과의사 마르시(라즐로 마트라이)를 남편으로, 이웃 아이 라시카(에릭 저르머티)를 아들로 내세운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헤어진 연인을 경쟁자로 만나고 가짜 남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통 로코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법하다. 헝가리 특유의 형형색색함이 돋보이는 도시 배경과 맛깔스러운 디저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1월 4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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