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매니아는 가입자 수만 1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스니커즈 커뮤니티다. 카페 이름처럼 나이키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 카페 가입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카페가 최근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가 출시한 '크림'이라는 한정판 제품 판매·리셀(resell·재판매) 전문 사이트에 80억원에 팔렸다. 회원 수가 많고 활동이 활발한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팔리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나이키매니아 카페 회원들은 크게 분노하며 활동 중지 및 탈퇴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이키매니아는 2004년 문을 연 뒤 벌써 17년째 이어온 장수 카페다. 스니커즈 관련 소식뿐 아니라 리셀도 활발하다.
현재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과 유튜브 계정 '채널덕쓰'를 운영 중이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뭐가진짭' '요즘신발것들' '슈덕후' 등 콘텐츠를 선보이며 스니커즈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지난해 3월 출시한 한정판 제품 거래 사이트로, 같은 해 11월 분사를 결정해 올해 1월 독립법인이 됐다. 출시 이후 매월 전월 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공식 론칭 후 1년 만에 누계 거래액 27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크림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리셀에 특화한 사이트다. 주요 상품은 스니커즈다. 그중에서도 나이키 제품이 메인이다. 한정판 제품이 자주 출시되는 데다 수요가 워낙 많아 리셀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장성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스톡엑스는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2019년 6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3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는 나이키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시장 형성에 나이키매니아 카페의 역할이 컸다.
카페 회원들은 나이키 스니커즈의 제품 발매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공유하는 한편, 회원들 간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하고 활발한 거래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부분이 직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파는 업자들을 걸러내고 사기 판매자들을 퇴출시키면서 적정한 시세가 형성되고 안전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정했다.
나이키매니아 카페가 없었더라면 국내 나이키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외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번 카페 지분 매각에 카페 회원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7년간 회원들이 함께 일궈 온 리셀 시장이 '거래 수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회원들에게 어떠한 공지도 없이 넘어갔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 나이키매니아 카페 운영진은 "크림과 협업해 온라인으로 한정돼 있던 국내 스니커즈 및 스트리트 문화의 오프라인 확장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며 "카페는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들이 우려하는 리셀 거래 방식 변화 혹은 수수료 부과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카페에는 "결국 리셀 거래 플랫폼을 크림으로 단일화하려는 것 아니냐" "리셀 수수료 시장을 키우기 위해 최대 직거래 시장을 죽이려는 거다" "80억원이나 주고 샀는데 크림이 카페를 활용한 이윤 창출을 노리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등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카페 회원들 중 일부는 카페를 탈퇴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로 옮겨가겠다며 기존 카페와 이름까지 유사한 '나이키_매니아' 카페를 만들었다. 대기업 손에 넘어간 사이트에 수수료를 내며 리셀을 하느니 또 다른 카페를 만들어 기존 방식대로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회원들은 "크림이 리셀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이용 안 하면 그만"이라며 자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는 향후 나이키매니아 카페 운영 및 리셀 거래 방식에 대해 크림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효혜 기자]
김효혜 기자의 생생유통>은 대한민국 유통가 핫이슈를 생생하게 다룹니다.
지금 김효혜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구독 바로가기)하시면 발빠른 유통업계 뉴스와 생활경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mGmoAA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80억에 팔린 `나이키매니아`…100만 회원이 뿔난 이유 - 매일경제"
Post a Comment